백일휴가 복귀 전날의 단상

사실 백일휴가를 나와서 군대 입대전, 후, 휴가나와서 심정 및 군대나 기타 제가 그간 생각했던 모든 것들에 대해 썰을 풀려 했습니다. …근데 머리가 계속 혼란스러워서 정리해서 쓰려면 영영 못쓸거 같아서 그냥 생각나는 순으로 쓰겠습니다. 계속 화제가 바뀌고 뒤죽박죽이 되더라도 이해해주시길.

선임병이 주말껴서 나가면 좋다고 했습니다. 평일에는 사회인들을 만나기 힘들다고요. …근데 이번 휴가로 느낀 것은 주말을 껴서 나오지 않는게 좋겠다는겁니다. 만나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그리고 오랜만에 만났다고 놔주질 않고요. 좋긴 좋은거겠지만 전 시간이 부족해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더 하고 싶은게 있었는데…

24일 일요일만 해도 오후 5시에 친구와 만나자고 했다가 친구들이 7시에야 오고 해서 10시 30분에야 헤어질 수 있었습니다… 용인에서 서울로 와 사람들 만나고 돌아가면 시간을 너무 많이 써요.

휴가나와서 무엇을 해야할지, 할게 너무 많은데 시간상 할 수 있는게 너무도 적었습니다. 무엇을 해도 군대와 복귀에 대한 중압감이 느껴졌습니다. 즐겁지도 않았고. 단지 만나자고 해서 의무적으로 만날 사람들… 정작 만나면 즐겁지만 만나러 가는 길이나 돌아오면서 시간낭비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버렸습니다.

휴가 첫날 도착해보니 하드디스크 고장으로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깔았어야 했습니다. XP SP2를 깔았더니 컴퓨터가 너무 느려지더군요. 일요일엔 지워버렸고… 그래픽 드라이브는 최신버전을 깔았더니 울펜이 자꾸 다운되어서 입대 전에 나온 버전을 깔았습니다.

컴퓨터하는 일 자체가 낯설었기 때문에 대단히 혼란스러웠습니다. 뭘 해야할지, 예전에 제가 뭘 했었는지 도저히 기억이 안 났기 때문이지요. 테터센터를 통해 새로 올라오는 글들을 봤다는 것도, 파이어폭스에서 북마크 폴더를 휠클릭으로 순례했다는 것도 한참만에야 생각해냈고.

울펜은 도저히 총이 안 맞고… 25일에서야 감각이 좀 돌아왔는데 몇 시간이나 더 할 수 있을지. 울펜만이 그나마 휴가중에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였습니다. 아무 걱정없이 즐겁게 할 수 있어 좋았어요. 다른 일 – 먹는 것, 자는 것 – 들은 먹어도 맛을 제대로 못 느꼈을 뿐더러 먹은거 같지도 않았고 잠 역시 잔거 같지도 않았지만 울펜만은 그런 후회나 아쉬움이 없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글을 쓰려는걸 엄두를 못냈습니다. 너무 정신이 없어요. 정리가 안되는 머릿속. 앞으로 다시 군대로 돌아가서 규율에 맞춰, 규칙적인 생활과 내무생활을 해야한다니 깜깜하고요. 이 따스한 집과 가족이 있는 이 장소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인데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군대로 가서 앞으로 1년 9개월을 더 있어야 한다니…

만화책을 사고도 제대로 정독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냥 팔락팔락 넘겨놓기만 했고요. 감상은 도저히 못 쓰겠습니다.

찌질이닷넷이나 서버… 울펜 게시판 및 서버도 도저히 손 못대겠고.

앞으로 다음 휴가 및 제대 후에 적응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도저히 없군요.

사실 이런 이야기 아무리 해봤자 소용도 없지만 누군가 들어주고 공감해주길 바라고 쓰는거라기 보단 지금 너무 정신없는 머릿속을 조금이나마 정리하고 싶어 이렇게 씁니다.

지하셋방에서 오후에야 일어나서 피자 시켜먹고 하루종일 밤새 컴퓨터하고, 목적없이 종로 시내를 거닐고… 보도블럭 한켠에 쌓인 회색 먼지나 스모크 낀 서울하늘, 복잡하게 지나쳐가는 사람들, 길바닥에 떨어진 쓰레기… 제겐 그 모든게 자유의 상징같고 그렇게 보냈던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슬프군요… 지금 여기 있는 전 예전의 그 제리프도 아니고, 다시 그 모습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는것도.

찌질이닷넷에도 올린 글입니다.